봄 비
이 동 현
저녁 늦게까지
푸른 비
봄비가 내린다
마른 나뭇가지 껴안는다
시샘하는 봄을 향해
성큼성큼 성큼성큼
마음속으로 파고 들어와
잊혀진 추억 하나 둘 깨우고
구멍 뚫린 가슴에
첫사랑 되어 다가온다
이제 산 허리 휘감고
청아한 계곡물 따라
봄꽃이 피어나겠다
비탈길에 서 있는 아까시나무가
시린 바람 속에서도
햇빛에 몸을 비비고
봄비 마신 세상은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선홍빛 향연을 펼치겠다
봄비는 꿈을 꾸게 한다
꽃의 노래를 안게 한다
붉은 꽃들을 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