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니의글방♣

출근길

동해니 2009. 10. 23. 16:48

출 근 길 

                /  이 동현    

 

나는 아침 9시면

집에서 나와

번잡한 도로를 헤집고
사무실로 향한다

 

아파트 정문을 나서

좌회전 두번 우회전 한번 하면

큰 도로에 이른다

 

휴대전화를 꺼내 든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아버님 접니다

편안하게 주무셨어요?

아침은 드셨어요?

 

날마다 변하지 않는 인사말이지만

벌써 습관이 되었는가

정겹다

 

오늘 아침에는 고맙다는 다 말씀을 하셨다

생전에 그런 말씀을 하시다니

눈물이 나려고 했다

 

사실 날 많지 않은 것 같아

조금은 정성으로 모셔 보자고 했을 뿐인데

내 가슴 떨리고 설레게 하셨다

 

치매에 우울증에 마르고 시들어가는
아버님의 남은 인생

외롭지 않도록 목소리라도 자주 들려 드려야지 한다

 

세상사 감사하면 그만인데

내 고집이 우선이었던 아버님의 일생

이해하자고 마음먹었더니

슬픔이 복받쳐 오른다

 

사시는 날까지 건강하게 사시다가

본향의 영생을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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