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 근 길
/ 이 동현
나는 아침 9시면
집에서 나와
번잡한 도로를 헤집고
사무실로 향한다
아파트 정문을 나서
좌회전 두번 우회전 한번 하면
큰 도로에 이른다
휴대전화를 꺼내 든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아버님 접니다
편안하게 주무셨어요?
아침은 드셨어요?
날마다 변하지 않는 인사말이지만
벌써 습관이 되었는가
정겹다
오늘 아침에는 고맙다는 다 말씀을 하셨다
생전에 그런 말씀을 하시다니
눈물이 나려고 했다
사실 날 많지 않은 것 같아
조금은 정성으로 모셔 보자고 했을 뿐인데
내 가슴 떨리고 설레게 하셨다
치매에 우울증에 마르고 시들어가는
아버님의 남은 인생
외롭지 않도록 목소리라도 자주 들려 드려야지 한다
세상사 감사하면 그만인데
내 고집이 우선이었던 아버님의 일생
이해하자고 마음먹었더니
슬픔이 복받쳐 오른다
사시는 날까지 건강하게 사시다가
본향의 영생을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