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니의글방♣

천 원짜리의 꾸지람

동해니 2010. 3. 15. 19:52

천 원짜리의 꾸지람

 

           이   동   현

 

벌써 세 번째

사무실에 팔순을 넘긴듯한 노인이 와서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내밀며

배가 고파요 라면 한 그릇만 사 주세요 라고 한다

 

두 번째까지는 천 원씩 드렸는데

세 번째는 그냥 가시게 했다

왠지 마음이 씁쓸하다

 

먼지보다 가볍게 쓰던 천 원짜리 한 장  

오늘은 그렇게 쓰던 한 장을 아꼈다

 

5.500원짜리 점심을 먹고

커피 한 잔을 마시는데

책상 앞에 놓여진 돼지 저금통의 동전들이

내 마음을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나는 오늘

천 원짜리 한 장을 진정 붙들고 싶었을까

아니면 지키고 싶었을까

 

무엇을 흘려보내지 못했을까?

 

뒤돌아서 사무실을 나가시던 할아버지를

아무렇지 않다는 듯 태연히 바라보았던 나

 

인생사 장담할 수 없고

누구나 왔다가는 것인데

나는 오늘 천 원짜리 한 장으로 유세를 떨었다

 

마음이 고요해진다

빈 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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