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원짜리의 꾸지람
이 동 현
벌써 세 번째
사무실에 팔순을 넘긴듯한 노인이 와서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내밀며
배가 고파요 라면 한 그릇만 사 주세요 라고 한다
두 번째까지는 천 원씩 드렸는데
세 번째는 그냥 가시게 했다
왠지 마음이 씁쓸하다
먼지보다 가볍게 쓰던 천 원짜리 한 장
오늘은 그렇게 쓰던 한 장을 아꼈다
5.500원짜리 점심을 먹고
커피 한 잔을 마시는데
책상 앞에 놓여진 돼지 저금통의 동전들이
내 마음을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나는 오늘
천 원짜리 한 장을 진정 붙들고 싶었을까
아니면 지키고 싶었을까
무엇을 흘려보내지 못했을까?
뒤돌아서 사무실을 나가시던 할아버지를
아무렇지 않다는 듯 태연히 바라보았던 나
인생사 장담할 수 없고
누구나 왔다가는 것인데
나는 오늘 천 원짜리 한 장으로 유세를 떨었다
마음이 고요해진다
빈 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