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속에 사는 열대어 컵속에 사는 열대어 이 동 현 작은 맥주 컵속에 투명한 몸 슬픈 눈동자를 지닌 이름도 모를 열대어 한 마리가 바쁜 발걸음을 붙잡는다 순간, 눈물 한 방울이 컵 속으로 빨려든다 날렵한 몸 딱 한 번 휘저었을 뿐인데 보금자리 한 바퀴 차디찬 물 두 모금에 마른 풀 세 가닥 바닥에 깔아두고.. ♣해니의글방♣ 2010.12.13
비밀 비 밀 / 이 동현 길게 늘어진 황톳길 울타리 담장 너머에 목련꽃 개나리꽃 살구꽃 진달래꽃 눈이 시리도록 곱게 피어나던 봄이 있었음을 결코 묻지 마라. ♣해니의글방♣ 2010.12.03
만추 만 추 / 이 동현 꽃단장했던 정원수가 옷을 벗었다 꽃단장했던 가을 산이 옷을 벗어 버렸다 내 가슴을 껴안았던 정원수가 세상을 끌어안았던 가을 산이 텅 비어 버렸다 황량한 모습으로 느낌마저 허망한 계절이 되어 계절의 뒤안길로 숨어버렸다 오색의 나뭇잎이 나를 포옹할 때는 마음.. ♣해니의글방♣ 2010.11.29
퇴근길 (8) 퇴근길 (8) 이 동현 하루해가 저물어 어둠이 숲을 이루는 시간 문득, 사랑이란 것을 해 보고 싶다 바람처럼 부드럽고 하늘처럼 넉넉하게 때로는 열정 가득하고... 때로는 애틋하고 강하게... 마음에 닿는 그리움이 그냥 미칠만큼 넘치게... 그런 사랑 오지게 해 보고 싶다. ♣해니의글방♣ 2010.11.23
사랑의 거리 사랑의 거리 이 동현 그리움과 그리움이 작은 자존심 껴안고 놓아주지 않는다 꽉 붙들고 싶은 마음이 서로 부딪혀 허상의 끈을 잡는다 잠시 붙들였더니 숨이 막힐만큼 그리움을 끌어안자고 마음이 발버둥친다 때로는 누군가가 꼭 붙들어 주었으면 하는 애틋한 바람도 있었는데... 함께할 수 있는 마음.. ♣해니의글방♣ 2010.11.18
깊은 가을속에서 깊은 가을속에서 이 동 현 바람이 불어와 내 발 아래로 나뭇잎이 떨어진다 흩어진다 힘없다 떠밀려간다 설레는 마음 붙들고 가을의 영령들이 온몸 펄럭이며 시린 바람을 탄다 귀찮다는 듯 나무들이 옷을 벗어 던진다 허전하다 쓸쓸하다 다시 신록의 옷을 입을 때까지 또 얼마나 사색하고 세월의 무상.. ♣해니의글방♣ 2010.11.13
가을의 정원 가을의 정원 이 동 현 풀 섶 사이를 스치는 파란 바람이 가을에게 귀를 세우고 나무 잎사귀를 빗겨 내린다 샛노랑 이파리 곱게 빗겨 내린다 외로운 가슴 곱게 빗겨 내린다 살금살금 하루를 곱게 빗겨 내린다 들꽃마저도 침묵하는 계절 누구나 낙엽의 정원에서는 고독할 것이다 시름시름 .. ♣해니의글방♣ 2010.11.01
가을 그리움 가을 그리움 이 동현 눈 시리도록 쏟아지는 파란 가을 하늘은 내 마음의 문은 열고 한 장 나뭇잎의 시를 쓰게 합니다 그리워하지 않아도 그립고 사색하지 않아도 사색 되는 붉은 영혼들이 오색의 옷을 입게 합니다 청명한 갈바람은 어디에서 불어오고 어디로 흘러가는지... 굳이 외롭다고.. ♣해니의글방♣ 2010.10.25